아크람 자타리 [사진에 저항하다]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 후기

이번 글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기획 전시 중인 “아크람 자타리” 의 [사진에 저항하다] 전(이하 ‘사진전’) 에 대한 후기이다.

현대의 미술 전시전의 경향이 회화에서 비 회화 작품을 주제로 한 전시로 경향이 바뀌고 있다. 따라서 작품 전시를 보기 위해 미술관을 들리면서 회화를 생각하고 찾은 경우에는 생각과는 다른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기도 하다. 이번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아크람 자타리” 의 [사진에 저항하다] 전은 사진의 회화적 성격이 아닌 사진이 담고 있는 콘텐츠와 인문학적인 관계성에 주목을 두고 있다. 나 역시 평소 관심사인 회화나 구성 미술이 아닌 사진들과 그 사진들이 담고 있는 인문학적 관계성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당황스럽기도 하면서도 호기심이 끌리기도 했다.

아크람 자타리는 레바논 출신 작가이다. 그는 전쟁 때문에 불안한 상태의 중동의 역사를 삶으로서 체험하면서 전쟁으로 인한 역사적 자료들의 상실로 인한 역사의 전승이 단절되는 것을 우려하였고 이는 베이루트에 소재한 아랍 이미지 재단(AIF; Arab Image Foundation) 의 설립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아랍 이미지 재단은 중동, 북아프리카 및 아랍 디아스포라에서 사진을 수집, 보존 및 연구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며 전시회, 간행물, 비디오, 웹 사이트 및 온라인 이미지 데이터베이스를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대중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목표1)를 두고 있다. 본 전시도 역시 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 및 이를 기반으로 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아크람 자타리는 자신을 ‘사진작가’ 라고 표현하지 않고, 마치 ‘고고학자’ 와 같이 바라봐 주기를 바란다고 한다. 수집된 사진, 콘텐츠들은 ‘발굴’ 된 것이며, 발굴된 기록을 통해 역사를 재 구성하고 다양하게 해석해 나가는 것이 그가 지향하는 방향이라고 한다.

이 사진전에서는 크게 두 가지 정도의 주제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첫번째로는 사진의 역사성이다. 전시된 사진들을 살펴보면 특정한 목적을 두고 수집된 사진들이 아닌, 일상 생활의 가족 사진이나 자동차 사고 사진 등 당시의 생활 상을 파악할 수 있는 사진들이 다수이다. 앞서 언급한 아랍 이미지 재단의 설립 목표인 콘텐츠 데이터베이스화, 아카이브화는 전쟁으로 인한 역사적 기록의 손실을 메우고 복원하기 위한 것이므로 이러한 사진들은 그 목적에 충실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인문학적 목적에 의거한 콘텐츠의 아카이빙 작업을 통해 수집된 콘텐츠를 전시하는 과정 자체를 작품으로 해석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단순히 손실된 기록을 메우는 것 뿐만 아니라 나아가 과거의 역사의 재해석과 현재 역사의 재생산, 다가올 미래에 대한 예측을 위한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하겠다. 덧붙여, 작가는 재단에서 수집된 콘텐츠들을 디지털 화 시키는 과정에서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옮기는 거대한 트렌드를 통해 어떻게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드러내고 있다.

두번째는 사진을 만드는 과정을 주제로 한 오브제의 변형이다. 이 사진전에서 전시된 작품들 은 사진의 물성적 변형을 역사적 상황에 대한 의미 부여에 이용하고 있다. 이 작품은 사진을 인화시키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네거티브 필름의 감광판 유리가 오래되어 협착되면서 이미지가 겹치는 현상을 이용하여 2차대전 식민지 시절의 프랑스 군인과 레바논 사람들의 이미지를 이중으로 노출하여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또 다른 작품은 사진의 본래 이미지는 감광유리의 손상으로 손상되고 손상된 흔적을 원 이미지에 이중노출 하여 본래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 내어 역사적 해석을 위한 표현으로 사용하였고, 다른 작품에서는 손상된 이미지 자체를 판화적 기법으로 다양한 소재에 표현하여 열거해 두고 있었다. 작품해설에 따르면, 작품의 원 이미지는 이미 중요하지 않으며 변형된 그 자체로서 새로운 의미를 가지는 작품이 된다고 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른 물성의 변형 자체를 작품의 한 요소로서 나타내는 것은 백남준 작가의 작품 ‘다다익선’ 을 떠오르게 하며, 오브제의 변형과 재구성은 피카소의 작품을 연상시킨다.

앞에서 이번 전시에 대한 두 가지 견해와 의견을 제시하였다. 모든 전시와 전시의 작품들은 회화든 설치 미술이든 그 작품을 관통하는 사상과 철학을 제시하고 있다. 아크람 자타리의 이번 전시는 사진작품의 고고학적 형식으로 우리에게 익숙치 않은 새로운 방식의 전개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비록 난해한 부분이 있을 수 있으나 사진과 오브제의 변형을 통한 새로운 해석의 제시, 인문학적 해석을 통한 접근과 주제의 제시는 분명히 미술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 AIF ‘재단 사명>소개’ http://www.fai.org.lb/Template.aspx?id=1

 

558 total views, 2 views today

Leave a Reply